[덕화만발'德華滿發']마음 편한 사람

개울가에 내려두고 왔는데, 아직도 안고 있구먼

덕산 | 기사입력 2020/05/04 [09:28]

[덕화만발'德華滿發']마음 편한 사람

개울가에 내려두고 왔는데, 아직도 안고 있구먼

덕산 | 입력 : 2020/05/04 [09:28]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세상 오래 살고 보니 수많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 왔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조금 까칠한 사람, 무언지 만나면 거북한 사람, 무골호인,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똑똑한 체 하는 사람 등등, 그러나 오래 살고 보니 만나서 마음 편한 사람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나 돈 자랑하며, 아는 것이 많다고 마구 떠벌리는 사람을 보면 여간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데 있어 겸손하고 계산하지 않으며, 조건 없이 나를 대하고 한 결 같이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사람 있으면 우리네 인생은 대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니 돈이 다가 아닙니다. 많이 배우거나 명예가 드높은 사람보다는 언제나 겸손하고, 너그럽고, 양보하며, 조금은 바보 같이 사는 사람에게 오히려 은근히 정(情)이 더 갑니다. 그런 사람은 서로 사귐에 있어 이유가 없고, 계산이 없으며, 조건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으며, 마음이 한 결 같아 자연 마음이 편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할 줄 알며, 언제나 잘한 것은 ‘네 덕’이고 잘못된 것은 ‘내 탓’으로 돌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마음이 편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서로 말이 별로 없어도 선한 눈웃음이 정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득 생각나 차 한 잔 하자고 전화하면, 밥 먹을 시간까지 스스럼없이 내어주는 사람이지요.

 

그런 사람은 화려하진 않아도 풀꽃처럼 들꽃처럼 성품이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마음이 힘든 날엔 떠올리기만 해도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이지요. 우울한 날에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왠지 환한 미소 한번 띄워줄 것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는 것이 바빠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서운해 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서 말없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내 속을 하나에서 열까지 다 드러내지 않아도 짐짓 헤아려 너그러이 이해 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욕심 없이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인연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지요. 충고를 해주면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인연을 위해서라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맨발로 뛰어 자기 일처럼 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열 마디의 말보다 침묵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줍니다. 온갖 풍상 다 겪으면 서도 쉬이 요동치지 않고, 늘 변함없고 한결같아 그래서 처음보다 알수록 더 편한 사람으로 남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요? 그거야 두 말 할 것도 없이 우리는 덕화만발 가족에게서 찾으면 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도반(道伴)이라하고 동지(同志)라고 부릅니다.

 

옛날 한 선사(禪師)가 젊은 수행승과 여행을 하다가 개울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 한 젊은 처녀가 개울을 건너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를 본 선사는 망설임 없이 처녀를 덥석 안아 개울을 건네주었지요.

 

처녀와 갈림길에서 헤어진 뒤 한참을 가다가 수행승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듯이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아까는 선사께서 지나치셨던 것 같습니다.” “무얼 말인가?” “출가한 사문(沙門)이 젊은 처자를 덥석 안은 것 말입니다.”그러자 선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요.

 

“저런, 나는 그 처녀를 아까 그 개울가에 내려두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안고 있구먼.” 선사의 마음은 이미 바람이 지나가도 흔들리지 않으며, 기러기가 그 위를 날아 도 담아두지 않으나, 젊은 수행승은 현상의 그림자에도 마음이 붙잡혀 지옥세계를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성긴 대숲에 바람이 불어와도 사라지고 나면 소리가 남지 않으며, 큰 연못을 기러기가 날아도 건너고 나면 그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생겨야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끝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라고 했습니다.

 

우리 덕화만발 가족의 마음가짐이 이렇게 담담하고 명백합니다. 도통 마음에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법이지요. 상극의 마음이 화(禍)를 불러들이고, 상생의 마음이 복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참 자유는 방종(放縱)을 잘 절제하는 데에서 오고, 큰 이익은 사욕을 버리는 데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계율(戒律)을 잘 지키고, 큰 이익을 구하는 사람은 먼저 공심(公心)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우리 조금은 손해 불 줄 알고, 무조건 베풀며, 도반 동지를 위해 맨발로 뛰는 그런 마음 편한 사람이 되면, 지금 여기가 바로 천국이요, 극락이 아닐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5월 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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