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의 고전소통]알적지봉(遏敵之鋒)

적의 예봉을 꺾는다.

이정랑 | 기사입력 2020/05/04 [23:02]

[이정랑의 고전소통]알적지봉(遏敵之鋒)

적의 예봉을 꺾는다.

이정랑 | 입력 : 2020/05/04 [23:02]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명나라 때의 『투필부담』 「본모 本謀」에 나오는 말인데, 적의 예봉을 꺾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역대 군사 전문가들은 용병이란 건실함을 피하고 허점을 공격하며 먼저 약한 곳을 치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 책략은 적의 예봉을 저지하고 날카로움을 날카로움으로 맞서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어찌 모순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실 이는 문제의 양면이다. 내 쪽에 적의 예기를 꺾을 능력이 없거나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때는 당연히 그 예기를 피하고 약한 곳을 골라 공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적극적으로 적을 맞상대해서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 타격은 훨씬 강력한 것이 될 것이며 적이 받는 심리적 타격이나 놀라움 또한 훨씬 클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초전에 적의 예기를 꺾는 것을 중시하는 인식은 달라진 것이 없다. ‘알적지봉’은 적에게 가할 심리적인 충격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의를 가진다. 그것은 적에게 직접적인 공포심을 주며 사기를 저하시키고 마음을 흩어놓는다.

 

『삼국지』 「위서 魏書‧장요전 張遼傳」에 이 계략과 관련된 사례가 보인다. 215년, 위나라 장수 장요 등은 7천여 군사와 함께 합비(合肥-지금의 안휘성 합비시)를 지키고 있었는데, 손권이 10만 대군으로 공격해 왔다. 조조는 장요를 비롯한 여러 장수들에게 적이 포위하기 전에 맞상대해서 그 예기를 꺾어 군심을 안정시킨 다음 성을 고수하라고 명령했다. 그날 밤으로 장요는 결사대를 조직했다. 날이 밝자 장요는 직접 갑옷을 입고 창을 휘두르며 맨 앞에 서서 적진을 향해 돌격하여 장수들과 병사수십 명의 목을 베고 곧장 손권의 깃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좌충우돌 용감하게 달려드는 장요를 당해내지 못하고 손권의 군대는 이리저리 흩어졌다. 이 때문에 사기가 크게 꺾인 오나라 군대는 서둘러 도망치고 말았다.


미래의 전쟁에서도 이 용병사상은 대단히 중시될 것이다. 충분한 준비를 한 기초 위에서 제1라운드 격돌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전투의 전체 국면을 승리로 이끌 수있는 가능성은 한결 커질 것이다. ‘적의 예봉은 맞서 꺾어야 한다. 적의 기를 살려 놓으면 싸움 전체가 고달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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